편육 없는 개업식이 있나요.이항기,양영심 부부의 26년 노하우 돼지상회평소에는 보기 힘든 음식이지만 애.경사 때나 개업식에는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음식이 있다. 바로 편육이다. 돼지 머리에서 나온 살을 눌린 이 편육을 새우젓에 찍어 먹거나 김치에 싸서 소주 한잔에 곁들이는 맛은 참으로 일품이다. 대중적인 음식이 아닌 만큼 접하기도 그만큼 어려워서 돈을 주고도 쉽사리 구입하기가 만만찮다.광명재래시장의 돼지상회는 편육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가게이다. 편육은 애경사,개업식 등 특별한 경우에만 필요로 하는 만큼 수요가 다양하지 못하지만 이항기,양영심 부부의 26년 노하우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돼지상회는 이제 광명시장을 찾는 시민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이다.산 좋고 물 좋은 전북 진안 출신의 활동적이고 매사에 도전정신과 의욕이 강한 이항기 사장은 중화요리집 17년, 만두도매 4년, 순대집, 순대공장 등의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온 사람이다. 순대공장을 할 때는 30년전 돈으로 1억5천을 들여 시설했는데 주인이 바뀌어 2천만원만 받고 나온 적도 있단다. 그 정도 되면 사람을 싫어하고 믿지 못할 만도 한데 올바른 가치관이 뿌리를 잡고 있어 항상 긍정의 마인드로 살아 온 이항
박 명수, 남 현자 부부가 알콩달콩 이쁜모습으로 붙잡고 의지하며 95년부터 운영하는 가게다. 처음 가게를 시작한 것이 95년 12월 18일 그리고 31일에 광명 재래시장에 불이 나서 신년 1월1일 새벽에 소방관과 경찰의 제지를 뚫고 가게를 지켰단다. 우여곡절도 많았던 20년의 세월이 가정과 두아들의 밑바탕이 되었다고 밝게 웃는 박 명수 사장!처음에는 부인 혼자서 가게를 하고 본인은 친구와 사업을 했었는데 IMF의 고비를 넘지 못해 사업을 접고 머슴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단다. 강진이불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해서 공장까지 운영하던 때도 있었지만 물밀듯 밀려오는 중국 저가품에 공장을 포기하고 제품의 질로 승부하고자 자미온이라는 브랜드를 선택했단다.‘항상 단골손님이 밑천이다.’ 라는 생각으로 장사를 한다는 박 사장은 자주 오는 단골손님이 사소한 것을 사더라도 친절과 정성을 다하다 보면 나중에 큰 손님이 된다는 철칙을 가지고 손님을 맞는단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단골손님이 늘고 예단 같은 큰 손님도 단골손님의 소개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단다. 또 하나의 강점은 공장하던 시절의 미싱이 있어 가게에서 직접 손님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어 줄 수 있는 점이다.손님이 보고 펼쳐
옥설선식!구슬옥에 가루 설! 구슬처럼 귀한 가루로 선식을 만들어 주는 곳이다.이름만으로 기분이 좋아지는 이곳은 선식을 많이 드셔서 그런지아니면 좋은 마음으로 선식을 만들어서인지 티 없이 선한 모습의김 백연 사장이 남편 이 성철 씨와 함께 운영하는 광명 재래시장의 전통이 고스란히 담겨진 집이다.1985년 4월 28일 이 성철씨가 어머니와 시작하여 30년의 세월동안 변함없이 시장을 찾는 시민들에게 사랑받고 있다.처음에는 선식이라는 단어가 절에서만 쓸 수 있어서 옥설보식이라는 간판을 잠깐 사용했고대법원에서 승소하여 선식이라는 간판을 내 걸을 만큼 자기 일에 자부심이 대단하다.그냥 판매하는 것보다 시골에서 보내주신 물건을 들고 오신 분들에게 먹는 분의 특성에 맞게 기능성 선식을 만들어 주는 게 많다는 옥설선식.그 옛날 북한이 남침한다고 소문이 횡횡 할 때는 손님이 너무 많아 3일 동안 잠도 못자고 선식을 만든 기억도 있단다.거의 모든 제품을 직접 찌고 말려서 만든다는 옥설선식.오래 된 전통과 손님들과의 깊은 유대관계를 앞으로 어쩌나 고민했는데마침 옥설선식보다 2개월 먼저 태어나 은행에 다니는 아들이 4~5년 후에는 가업을 승계하기로 하였단다.아마도 또 하나의 장인정
삼부자의 정성으로 빗어내는 형형색색의 맛깔스런 떡!예당 떡마을!광명 재래시장에는 10년의 전통을 넘어 아들에게 가업으로 이어지는 떡집이 있다.바로 황 동식 사장의 예당 떡마을이다.양복점, 노점, 세탁소, 함바집 등으로 생계를 꾸리다 10년 전 빛으로 시작한 가게로 아들 셋을 대학 공부시키고 본인 소유의 가게와 아파트를 마련했으니 자신에게는 천직이나 마찬가지라며 환하게 웃는 황 동식 사장!그 옆에는 아버지의 가업을 잇기 위한 두 아들이 정성스럽게 떡을 만들고 있다.남자는 어떤 시련에도 굴하지 않을 수 있도록 강하게 자라야 한다며 아들 셋을 모두 해병대에 보냈다는 황 동식 사장에게서 자수성가한 사람의 의지를 읽을 수 있었다. “가족과 함께여서 재미있고 좋은 직장만 바라보며 놀고 있는 친구들보다 현재의 본인 모습이 훨씬 더 떳떳하다”는 큰아들의 모습에서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청년 실업의 해결을 위한 우리 인식의 전환이 필요함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나보니 마음의 재산 고 희 숙 무엇을 담고 살았을까 까맣게 때가 낀 채 기억의 방에 차곡차곡 쌓여진 조각들 흑인지 백인지 마저도 희미한 빛바랜 시간들을 하나씩 꺼내 본다. 재사용할 것인지 아니면 소각해 버려야 하는지 봉투마다 이름을 달고 분리해 간다. 시작할 땐 말끔히 치우리라했는데 왠지 마음뿐이다. 이것도 저것도 차마 버릴 수가 없다 지나보니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슬픈 것도 기쁜 것도 마음의 재산 빛은 바랬지만 삶을 고스란히 채워준 지워지지 않는 발자국이었다.
아궁이의 소중한 추억 고 희 숙 흙내음과 나무향이 부등켜 안고 고향의 냄새로 부르는 그리운 옛집의 소중한 추억 부뚜막에 놓인 그을린 솥단지 정겨움이 묻어나는 정지간 구수한 밥 뜸 내음 노릇노릇 누룽지 맛이 그립다 아궁이에 장작불 지펴 밥 짓고 부지깽이로 남은 숯불 모아 입가에 검댕 묻혀가며 먹던 군고구마와 국자 속 달고나 잊을 수 없는 추억의 맛 이젠 돌이킬 수 없는 지난 맛이지만 아궁이 속 불씨처럼 꺼지지 않는 잔불로 남아 나의 삶을 조금씩 따뜻하게 익혀가고 있다.
지금이 좋다 고 희 숙 그 전엔 몰랐다 진짜 아무것도 몰랐다 삶이 무엇인지?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지... 그 전엔 안 보였다 봄볕에 흙덩이 밀쳐들고 올라오는 풀 한포기에 담긴 위대함도... 열심히 산 하루의 모퉁이에서 해넘이의 아름다움에 왜 눈물이 나는지도... 그냥 그런 줄만 알았다 중년인 듯 노년인 듯 60고개를 넘어 늦은 듯도 싶고 이른 듯도 싶은 나이... 부모님도 떠나고 아들, 딸 녀석도 제 살길 찾아가니 삶은 강물처럼 흘러가는 것인 줄... 조금은 보인다. 진한 생명력의 이름 모를 잡초에서... 힘겹게 주운 파지를 리어카에 실고 가는 할머니에게서 지금 어디쯤 와있고 또 어디로 가야 하는지... 어제의 사소함이 새롭게 다가오고 지나감이 소중함으로 다시 보여 지는 지금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지만 삶이 오롯이 익어가는 지금이 좋다.
지워지지 않는 발자국 고 희 숙 새벽부터 내린 비 대지를 적시고 세상의 더러움을 깨끗함으로 씻어내니 씻긴 내 마음에 그리움을 더 합니다 비가 내린 아침 어제의 발자국은 지워졌지만 마음에 각인된 그리움은 그 어떤 빗물에도 지워지지 않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유난히 빗소리가 좋음은 세상을 그 만큼 포용해 나가는 것이고 당신으로 인해 삶의 의미를 조금씩 넓혀가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도 빗길 위에 나만의 발자국을 그려 봅니다
추억은 정지된 인생 고희숙 흐르는 세월 속에 청춘은 멈춰지지 않고 고운 순간은 추억만 남기고 떠나 그리움이 영혼을 헤집어 울릴 때 잔주름 갈피에 서러움만 쌓여간다 늦지도 빠르지도 않게 똑같은 하루를 나눠먹는 시간인데 나의 시간은 어이 이리도 빨리 가나 정지된 영상으로 살아난 어제처럼 오늘도 또 다른 영상으로 재생되어 추억의 창고에 쌓이겠지. 그리움이 밀물처럼 밀려오는 날 한 장 한 장 꺼내어 웃음지어야 겠다.
이름이란 고 희 숙 누군가의 얼굴입니다. 누군가의 여정이 차곡차곡 쌓인 인생입니다. 이름만 생각해도 그 사람이 저절로 떠올려 지는 것은 이름 속에 사소한 기억까지도 저장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열살의 꼬마도 백세의 어르신도 이름만 들으면 살아온 만큼의 시간이 스르르 풀려나옵니다. 그 속에 당신의 모든 것이 담겨있으니 참으로 소중히 여겨야 합니다. 똥을 담으면 똥통이 되고 금은보화를 담으면 보석함이 됩니다. 똥을 담는 것도 금은보화를 담는 것도 자신의 몫입니다. 우리는 태어나서 혼자만의 소중한 이름을 받았기에 한걸음 옮길 때마다 이름을 키워가야 합니다. 오늘도 노을은 아름답게 저물어가지만 내일도 모레도 누군가의 가슴에 아름답게 각인될 이름을 그려 봅니다.
창문 투명한 너를 보면 욕심의 때가 덕지덕지 붙은 것 같아 왠지 부끄럽고 한없이 작아진다. 넌 돌팔매에 부서지고 깨어져도 침묵을 지키는데 지나가는 말 한마디에도 힘겨루기 하듯 촉각을 세운다. 길 잃은 폭풍도 따뜻이 안아 넉넉한 햇살의 품으로 돌려보내는데 하나도 둘도 바깥바람으로 돌리며 가슴에 스스로 상처를 준다. 길이 보이지 않는 밤이면 반짝이는 별 그림자로 다리를 놓아 엄마 품속으로 이끄는 넌 낮에도 밤에도 나를 이끄는 등불이다.
겨울나무 고희숙 흰눈은 봄이 아직 멀리 있다 말하지만 나무가 겨울을 참아내는 것은 저만큼 봄이 왔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겨울나무처럼 기다림을 아는 사람은 지난 시간도 지난 세월도 원망하지 않는다. 다만 또 한번의 시작을 기다릴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