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친구가 오토바이 타다가 죽었어요. 졸음운전을 하는 트럭이 정면으로 받아 가지고 즉사했대요. 그런 이야기 들으면 무서워요. 괜히 오토바이 타다가 죽는 거 아닌가 싶고요.”
- 청소년노동자 경수(가명)의 이야기 (『십 대 밑바닥 노동』,교육공동체 벗)
새정치민주연합 백재현 의원(경기 광명갑)이 ‘근로자의 날’을 맞아 배달 아르바이트 청소년 문제를 중심으로 청소년 근로환경 전반 실태에 대해 국회입법조사처에 조사를 의뢰하여 회신 받은 결과를 공개해 주목된다. 백 의원은 “지난 2월 야간 빗길에 오토바이로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다 사고가 나서 끝내 숨진 청소년 분의 안타까운 사례를 접하고, 안전 사각지대에 방치되고 있는 배달 아르바이트 청소년 사례를 비롯한 청소년 노동 전반에 대한 실태 조사를 의뢰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백재현 의원은 “배달 청소년들이 추가수당 몇 백원 정도의 저임금에 목숨 건 질주를 감수하면서도 제대로 된 노동법상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이유는 최근에는 음식점들은 배달원을 직접 고용하기 보다는 배달대행업체에 수수료를 지급하는 외주 형태가 일반적이 되었는데, 배달대행업체가 형식적으로는 청소년들을 근로자로 고용하지 않고 개인사업자, 즉 자영업자로 계약을 맺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백 의원은 “국회입법조사처는 자영인은 비정규직과 함께 중요한 노동법 규정의 적용을 우회하거나 회피하기 위해 가장 널리 활용되는 방식인데 OECD 워킹페이퍼에서도 ‘위장(false)’ 자영 고용의 성장은 우려의 대상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지적했다.”고 언급하며, “이렇게 근로자인지 자영업자인지 불명확한 중간지대의 경우에도 우리 판례의 입장은 그 계약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 관계없이 근로자가 사실상 임금 목적으로 종속적 관계에서 근로제공을 했는지 그 실질을 따지므로 지휘·감독 관계가 인정된다면 근로자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견해를 밝혔다.
청소년 근로환경 전체의 실태를 살펴보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국회입법조사처에서 고용노동부로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고용노동부가 2014년 1월 15일부터 2월 8일까지 겨울방학을 이용해 아르바이트에 나서는 청소년을 많이 고용하는 사업장 939곳6을 대상으로 집중감독을 실시한 결과, 650곳(69.2%)에서 법 위반사항 1,492건(위반사업장 평균 2.3건)이 적발됐다. 3대 기초고용질서 준수를 중심으로 살펴보면 ①근로조건을 서면으로 명시하거나 교부하지 않은 사업장 390곳(위반율 41.5%), ②임금을 체불한 사업장 257곳(위반율 27.4%), ③최저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사업장 104곳(위반율 11.1%)으로 나타났다.
①서면근로 계약 위반 | ② 임금체불 | ③최저임금 미달 | ||||
소계 | 금품청산 | 임금 정기지급 | 연장야간 근로수당 | 주휴수당 | ||
390개소 (41.5%) | 257 (27.4) | 88 (9.4) | 149 (15.9) | 31 (3.3) | 74 (7.9) | 104 (11.1) |
자료: 고용노동부 근로개선정책과 제출 자료에서 재인용
국회입법조사처가 최근 청소년 아르바이트 실태조사 연구 결과를 요약 보고한 결과를 보면 자못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청소년 근로자들은 기본적으로 대부분 고용안정성이 낮은 (초)단기 아르바이트인 것으로 나타났고, 여전히 최저임금 미만의 임금을 받는 사례가 많았으며, 근로계약서 작성 비율은 25.5%에 불과했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음식점서빙 업종에서는 소위 ‘꺾기’ 관행(근무시간을 주 15시간 미만으로 낮춰 추가 수당을 지급하지 않기 위한 관행)이 여전했고, 호텔·연회장 업종의 경우에는 근로를 약속하고도 사용자 일방적 사정으로 되돌아오는 경우 귀책사유가 근로자에게 없음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보상을 전혀 받지 못한 경우가 84%에 이르렀으며, 오토바이 배달은 무면허 배달 경험이 46.7%, 사업주가 면허증을 확인조차 하지 않은 비율이 39%로 나타났다.
백재현 의원은 이에 대해 “국회입법조사처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국회에서 새로운 법률과 제도를 신설하고 정부에서는 지속적인 근로감독과 관리가 있어야 하겠지만 그 못지않게 더 중요한 것은 부당처우를 받았을 때의 자기의 권리에 대해서 스스로 인식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 이유에 대해 백 의원은 청소년 근로자의 경우, 부당처우를 받았을 경우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다는 비율이 71.7%에 달했는데, 노동인권교육을 받은 경우 그 대응 비율이 40%로 높게 나타난다는 점과 학교에서 노동자의 권리에 관한 교육이 충분히 이루어지고 있느냐는 설문에 부정적인 대답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백 의원은 “노사관계 및 노동인권을 포함한 노동교육은 시장경제체제에서 민주주의 능력 함양에 가장 적합하고 필수적인 교육영역이고, 이것이 배제되어 온 것은 큰 사회적 손실”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최근 서울시가 중·고등학교에서 노동 교육을 강화하는 방안을 서울시교육청과 협의해 추진하기로 했다는 점은 매우 바람직한 정책”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마지막으로 백재현 의원은 “과속 배달을 재촉 받은 경험이 있다는 응답이 62.6%에 달한다는 조사결과를 보면서, 국가와 성인들이 청소년을 그런 위험의 위법지대로 몰아세우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라는 성찰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우리나라 근로자의 날이자 125주년 세계 노동절을 맞아 우리 어른들이 ‘아프니깐 청춘’이라고 말하는 대신, ‘청춘들이 아프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할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열악한 근로환경 문제를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