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9 (월)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시 있는 마을

빨간 우체통

빨간 우체통

                     고 희 숙


갈래머리 두 볼 정원에

여드름꽃 피던 시절

높은 하늘 넓은 땅 채우고 남는 사랑을 향해

편지를 썼다네.


먼지 쌓인 다락방에서

홀로 긴 밤의 백열등 태워

굳은 손 호호 불며 펜으로 잉크를 녹였지.


행여 미소가 잊혀 질 새라

피아노 건반을 흔들듯 쓰고 지우며

흰 편지지 위에 철쭉보다 화사한 별빛을 담았네.


벽에 걸린 시계추 고개가 흔들린 만큼

쓰고 지워진 화선지가 첩첩이 쌓여

아침이 눈 뜰 때 쯤

나른한 펜을 놓았네.


‘한 사람을 향한 글’

남들은 유치하다고 여길지 모르겠지만

절대 유치하지 않았다네.

소녀는 글을 쓰면서 밤새 행복 하였기에


갈래머리 두 볼 정원에 철쭉꽃처럼

여드름 피어나던 시절의 초상을

빨간 우체통은 기억하고 있을 거야.


마지막 입김으로 뽀뽀하고 띠워 보낸

젊은 베르테르의 초상 같은 편지와

블랙홀에 빠져 답장 없이 사라져간

잔잔한 사연들을ㆍ ㆍㆍ


Photo View





시 있는 마을



동네이야기

더보기

무료 광고 요청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