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똥!
정대운 경기도의원 기고
예로부터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의 근본적 건강은 쾌면, 쾌식, 쾌변이라 하여 잘 자고 잘 먹고 잘 싸는 삼쾌에서 나온다 했다. 현대사회에서 올바른 식생활을 중요시하고 있는데 이 삼쾌야말로 스트레스 없이 즐겁게 사는 진정한 웰빙이라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삼쾌의 마지막 단계인 쾌변이야말로 우리의 건강을 지켜주는 가장 중요한 생리적 현상이라 하였다.
얼마 전 초등학교 학부모들의 간담회가 있어 참석한 적이 있었다.
학교 환경개선에 따른 여러 현안사항을 토론하는 자리였는데 그 자리에서 어느 학부모가 도의원 배지를 달고 있는 나를 표적 삼아 요즘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오면 부모님께 제일 먼저 하는 인사말이 무엇일 것 갔냐고 물어보았다. 나는 아무 의심 없이 우리가 어렸을 때 하던 인사말이 생각나서‘학교에 다녀왔습니다.’라고 답하였다.
순간, 참석한 학부모들의 웃음이‘빵’터졌다. 그것은 구세대적 인사말이란다. 즉 우리 기성세대가 생각하고 있는 공손한 인사말이라는 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학부모들은 한결같이 요즘 학생들의 인사말은 책가방을 거실에 던지며 “엄마, 똥!”이라며 화장실로 직행한다하였다. 깨끗한 가정집의 화장실과 지저분하고 노후화된 학교 화장실의 환경이 너무 달라 하루 종일 용변을 참고 있다가 귀가해서 급하게 하는 말이 인사말이 되어 버렸다는 것이다. 학부모들의 이야기는 여기에서 그치질 않았다. 어느 학생은 급한 나머지 조퇴를 하거나 심지어는 외출허가를 받고 집에서 용변을 보고 다시 등교하는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참으로 어처구니없고 도민대표의 한 사람으로 부끄럽고 겸연쩍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학부모들의 심문은 여기에서 그치질 않고“도의원님, 학교 화장실과, 시내 공중화장실, 관공서 화장실중 어느 곳이 가장 깨끗한가요?”수수깨끼 풀어가듯 계속된 질문에 입장이 난처했다. 한마디로 한창 건강하게 자라야하고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가장 깨끗하고 쾌적해야 할 학교 화장실이 가장 노후화되고 가장 지저분하다는 것이다.
그날 학부모들은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요즘 정치하는 사람들은 정치적 성과물로 우리 시의 무슨 공원 화장실이 대한민국 최우수 화장실 문화상을 수상하였느니, 우리 군의 어느 명승지 화장실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화장실 상을 받았느니 자랑질만 했지 정작 그 지역 꿈나무들의 터전인 학교화장실은 교육청 소관이라며 등한시하고 있다며 일제히 성토를 하고 나선 것이었다. 물론 학교 화장실 개선 사업은 1차적으로 교육청의 책임이다. 그러나 해당 시장 군수들도 학부모들의 말대로 그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그 이후 우선 지역구에 있는 초등학교 몇 군데를 방문해 보았다. 화장실을 들어서는 순간, 고약한 악취와 깨어진 변기, 문고리가 없고 파손된 문짝, 남학생 위주의 화장실 숫자로 10~15분간 쉬는 짧은 시간을 이용 용변을 보기위에 줄을 서 있는 여학생들, 학교 화장실이 이렇게 열악한 여건인지 몰랐다. 간담회장에서 학부모들이 노후한 학교 화장실 환경에 대하여 공분하고 있는 이유에 대하여 그저 죄송한 마음 뿐 이었다.
경기도내 1195개 초등학교 중 10년 이상 노후화된 화장실은 약 243개교로 알고 있다. 물론 예산만 확보된다면 당장이라도 모든 학교에 대하여 개선해주는 것이 우리의 바람이지만 이 많은 학교의 화장실을 금년 안에 개선한다는 것은 큰 무리가 따른다고 생각된다. 따라서 주무관청인 경기도교육청에서는 연차적 화장실 개선 계획을 수립하여 어린 학생들이 좀 더 깨끗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용변을 볼 수 있도록 화장실 환경 개선을 추진 해줘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물론 교육청 예산으로는 한계가 있으니 경기도와 시ㆍ군 자치단체의 협조를 받아 조기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선전용으로 자랑하는 아름다운 공중화장실보다는 우리나라의 미래를 짊어지고 나아갈 어린 학생들이 사용하는 학교 화장실 개선사업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어린 학생들에게 비춰지는 학교화장실의 혐오감과 어두운 그림자를 좀 더 밝게 좀 더 실용성 있게 현대식으로 개선해 주는 것이 우리의 책무라고 생각한다.